[인터풋볼] 구자철(24, 볼프스부르크)이 올 시즌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볼프스부르크는 물론 A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자철은 올 시즌 볼프스부르크로 복귀 후 리그에서 7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고 있다. 생각보다 달리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해 밝은 미래를 보장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독일 권위 있는 미디어 키커와 빌트로부터 최하 평점은 5점을 받기도 했다.

볼프스부르크로 복귀 전까지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1년 6개월 동안 임대 생활을 했다. 그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주로 활약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자신에 맞는 옷을 입었기에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1년 반 동안 36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며, 아우크스부르크의 1부리그 잔류에 큰 공을 세웠다.

볼프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의 위치는 달랐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으로 팀 내 위상을 높아졌지만, 구자철에게 맞춰주는 것은 아니었다. 구자철에 딱 맞는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디에구(28, 볼프스부르크)가 버티고 있었다. 이로 인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공격적인 재능을 펼치기에는 수비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했기에 다소 무리가 있었다.

지난 28일 바이에른 뮌헨전에서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공격적인 비율이 높아졌기에 평소보다 좋은 활약을 펼쳤다. 날카로운 면에서 다소 아쉬웠지만, 리그 최강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어느 정도 선전해준 것 만으로 위로를 할 수 있었다.

이는 비단 소속팀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A대표팀에서도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지만, 최근 상황을 봤을 때 최전방 공격수까지 소화해야 할 입장이다. A대표팀이 원톱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히 내세울 공격수가 전무하다. 지난 2011년 아시안컵에서 최전방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5골을 터트렸던 구자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구자철이 공격적인 재능을 선보이며 맹활약했지만, 아시아 무대와 세계 무대는 전적으로 다르다. 아직 A대표팀이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제로톱을 쓰기에는 기술적인 면에서 아직 미숙하다. 홍명보 감독이 상대 수비를 유인하고 흔들어 줄 수 있는 원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구자철은 지난 9월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2도움으로 제로톱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은 다행이다. 12일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어떤 활약을 펼쳐줄지 기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구자철이 대표팀에서 살아남은 것은 2선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딱 맞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맹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포지션을 제대로 찾았기 때문이다.

구자철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은 하나의 무기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는 제대로 맞춰진 자신의 포지션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정답은 없다. 생존을 위해서 멀티 플레이어로서 단점을 보완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 맞은 포지션을 통해 장점을 극대화 시킬 것인지 전적으로 구자철이 몸으로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

한재현 기자

사진=채널 더 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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