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강자 아스널의 초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이로 인해 지긋지긋하게 이어져 온 무관의 한을 씻어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아스널은 지난 1일 강팀으로 돌아온 세리에 A(이탈리아)의 나폴리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2-0으로 승리했다. 2연승으로 죽음의 조인 F조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초반 출발이 좋았기에 16강 진출 가능성은 밝다고 볼 수 있다.

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5승 1패 승점 15점으로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유나이티드(맨유), 첼시 등이 4위권 밑으로 내려간 것에 비해 비교된다.

아스널은 2005년 FA컵 우승 이후로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우승을 노려야 하는 아스널 팬들은 오랫동안 이어진 무관에 뿔 났고, 아르센 벵거 감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2006년 기존의 하이버리 스타디움에서 에미레이트 스티다움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했다. 큰 돈을 써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보다 유망주를 영입하거나 키우는 정책을 써야 했고, 이는 벵거 감독의 발목을 잡곤 했다. 또한 티에리 앙리(36, 뉴욕 레드불스)를 비롯해 로빈 판 페르시(30, 맨유), 세스크 파브레가스(26, 바르셀로나), 가엘 클리시(28, 맨시티) 등 핵심 선수들을 잡지 못했다.

최근 아스널이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는 특급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시작은 메수트 외질(24)이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 막판 5000만유로(약 720억원)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투자하며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으로부터 영입했다.

외질의 영입은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빠르고 정확한 패스 전개와 간결한 기술, 넓은 시야, 정확한 슈팅 능력 등 다재다능한 외질의 재능은 아스널 공격을 더욱 강화 시켰다. 그 뒤를 받혀주는 애론 램지와 토마스 로시츠키도 외질의 플레이에 맞춰주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최전방 공격진에서 사실상 올리비에 지루 밖에 없어 고민이었지만, 간간히 득점을 터트리면서 득점력 부재도 해결해주고 있다. 오랜 시름에 잠겨있던 벵거 감독이 웃을 수 있던 이유다.

아스널의 돌풍은 외질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최근 유망주 영입 정책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벵거 감독은 인내하며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었고, 이로 인해 강한 조직력을 갖추게 됐다. 외질은 아스널이 다져놓은 조직력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켰을 뿐이다.

그러나 고비는 있다. 아스널의 선수층은 첼시와 맨시티에 비해 두터운 편이 아니다. 부상이나 징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무관 시절도 핵심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한 것도 한 몫 했다. 또한 북런던 라이벌인 토트넘의 상승세와 맨유 역시 언제든지 아스널을 위협할 수 있다. EPL의 중하위권 팀들도 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저력이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아스널은 최근 풍부해진 자금력을 이용해 1월에 시작되는 겨울이적시장을 노리고 있다. 카림 벤제마(26, 레알 마드리드), 치차리토(25, 맨유) 등 특급 공격수들을 영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영입마저 성공한다면, 지루에 의존했던 최전방 공격라인을 분산 시킬 수 있어 날개를 달 수 있다.

초반 출발선을 잘 끊은 아스널의 올 시즌 무관의 한을 씻어버리고, EPL 또는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재현 기자

사진=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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