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홍명보호의 고민 중 하나였던 중원 조합의 실마리가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선전한 기성용(24, 선덜랜드)과 한국영(23, 쇼난 벨마레)이 해답이었다.
한국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2로 아쉽게 패했다. 비록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큰 소득이 있었다. 바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 한국영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기성용은 ‘묵직’했고, 한국영의 ‘투지’가 넘쳤다.
경기 초반 한국은 둘을 중심으로 한 강한 압박을 펼치며 중원 다툼에서 밀리지 않았다. 한국의 적극적인 공세에 브라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경기를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잇단 중거리 슈팅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여의치 않았다.
사실 전반 44분 네이마르의 프리킥 골이 아니었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지 모르는 일.
어찌됐건 기성용은 경기 내내 중원에 무게를 더했다. 안정된 경기 조율, 좌우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세트피스 때도 예리한 킥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간 문제로 지적되어오던 전진 패스와 세트피스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그것도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브라질을 상대로.
한국영은 기성용과 역할이 달랐다. 폭 넓은 활동량을 통해 상대 맥을 끊었고, 포백 수비라인의 빈 공간이 발생할 경우 커버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네이마르를 상대해야 했던 이용의 빈 자리를 메우는데 주력했다.
한국은 중원에서 기성용, 한국영의 철저한 역할 분담과 영리한 플레이가 조화를 이루며 브라질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둘의 조합이 긍정적인 이유는 A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게 처음이었다는 사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기성용은 박종우와 중원에 배치됐다. 물론 기성용과 한국영은 올림픽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했고, 교체 투입된 적은 있으나 실전에서 발을 맞춘 건 처음이나 다름 없었다.
한국이 상대했던 브라질의 중앙 미드필더 루이스 구스타보(26, 볼프스부르크)와 파울리뉴(25, 토트넘) 조합이 완성되는데 6개월 넘게 걸렸다. 이에 비하면 기성용, 한국영의 조화는 LTE급이다. 후반에 이들을 대신해 투입된 루카스 레이바(26, 리버풀), 에르나네스(28, 라치오)는 충분히 압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한 경기를 두고 속단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브라질전은 지금까지 치렀던 흔한 A매치 상대들이 아니었기에 더 값지고,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이대로라면 기성용과 한국영의 조합이 오는 15일 말리전에서도 또 한번 빛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민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