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득점하는 것보다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축구계에서 흔한 얘기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골’은 경기 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이 사실을 또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은 12일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2로 졌다. 스코어만 놓고 본다면 최근 브라질을 상대했던 다른 아시아 팀들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경기 내용도 괜찮았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 No.1 골키퍼인 정성룡의 활약이다.
정성룡은 브라질전에서 골문을 지켰다. 한국은 초반부터 강한 압박과 투지로 상대를 괴롭혔고, 생각보다 경기를 잘 풀어갔다. 브라질은 잇단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했고, 경기는 치열하게 흘렀다. 정성룡도 큰 어려움 없이 골문을 사수했다.
팽팽하던 흐름 속에 전반 43분 한국 아크 부근에서 이용이 네이마르에게 반칙을 범했다. 이어진 상황에서 네이마르의 프리킥이 수비벽을 넘긴 후 골문 하단을 꿰뚫었다. 정성룡이 몸을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과연 막을 수 없는 볼이었을까. 1차적으로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범한 이용, 네이마르가 프리킥 하는 순간 점프하지 않은 수비벽의 책임이 있다. 통상 골키퍼는 상대가 프리킥 시 수비벽이 있는 쪽을 많이 비워둔다. 대다수의 키커는 실제 벽이 있는 쪽을 넘기거나 간혹 선수의 얼굴을 향해 킥을 한다. 네이마르는 킥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고, 정성룡이라면 충분히 네이마르가 벽을 통과 시킬 것으로 예상했을 텐데 반응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이 골로 한국은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쳤고, 후반 4분 오스카에게 또 한 골을 내줘 급격히 흔들렸다. 결국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남은 45분의 경기를 원활하게 풀어갈 수 없었다.
물론 정성룡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상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수비진들이 반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가뜩이나 신통치 않은 공격진의 골침묵까지,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정성룡은 A매치 55경기에서 49실점 밖에 내주지 않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골키퍼다. 기록상은 물론 2010 남아공 월드컵, 2012 런던 올림픽 등 경험상으로 따라올 선수가 없다. 허나 얼마 전 홍명보 감독이 페루(8월 14일, 0-0 무), 아이티(9월 6일, 4-1 승)전에서 김승규를 선발로 내세운 건 분명 자극과 함께 결코 주전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정성룡이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 동안 No.1 골키퍼로서 입지를 다질지, 아니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지 그의 노력에 달려있다.
이현민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