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2014 FIFA(국제축구연맹)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본선 카운트 다운이 계속되면서 홍명보호의 담금질도 서서히 클라이막스에 치닫고 있다. A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지난 14일부터 오는 2일까지 진행되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서 국내파 위주로 23명의 명단 편성했다. 유럽에서 뛰는 해외파들이 주가 되는 대표팀 현실에서 몇 자리 안 되는 국내파들의 브라질 본선행 티켓 생존 경쟁은 시작되었다. ‘인터풋볼’은 바늘 구멍과 같은 홍심을 얻으려는 23명 선수들의 마지막 도전을 조명한다.

현재 홍명보호의 오른쪽 측면 자리는 이청용(26, 볼턴 원더러스)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22세 어린나이에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고, 유럽무대에서 경험까지 합쳐 현재 홍명보호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거듭난 지 오래다. 완전히 굳혀질 것만 같았던 오른쪽 측면 공격수에 도전장을 내민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FC서울의 오른쪽 측면 지배자 고요한(26)이다. 고요한은 이청용과 같은 출발선에 섰으나 항상 먼저 앞선 쪽은 이청용이었다. 늦은 출발선에서도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꿈의 무대를 향한 고요한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HISTORY] 슬로우 스타터, 더욱 내실 있는 선수가 되다

FC서울은 2000년대 초반 팀의 미래를 책임질 영재들 영입에 주력했다. 이청용, 고명진(27, 서울), 안상현(28, 대구) 등 중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난 선수들은 조기에 체계적인 축구 교육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2004년 창원 토월중을 중퇴하고, 어린 나이에 프로 유니폼을 입은 고요한도 마찬가지였다.

고요한은 왕성한 기동력과 민첩한 움직임을 잘 살리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결국 2008년 리그컵에서 꿈에도 그리던 프로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2007, 2008년 동갑내기 이청용이 세뇰 귀네슈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확실한 주전으로 거듭났고, 포지션이 겹친 고요한의 두 시즌 출전 수는 5경기 밖에 되지 않았다.

2009년 여름 이청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 후, 고요한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듯 했다. 당시 16경기에 출전했으나 확실한 임펙트를 보여주지 못했고, 2010년에는 7경기 1골 밖에 그쳤다.

2011년 하반기 고요한은 변신을 시도한다. 측면 수비수로서 포지션을 변경한 것이다. 수비수로서 변신은 성공했고, 19경기 3득점을 기록하며 재도약의 가능성을 높였다. 2012년에는 절정에 이르렀다. 수비력은 안정되었고, 공격 시 자신의 재능을 살리며 서울의 측면 공격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고요한은 자신의 활약으로 K리그 우승컵에 입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초반 군 복무에서 돌아온 최효진과 차두리 영입으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했다. 또한 경기력도 부진해 변화가 필요했다. 다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돌아왔고, 전보다 더 나은 공격력을 선보여 5골 3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고요한은 2009년 10월 14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에 후반 교체로 출전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가능성만 보여준 채 오랫동안 대표팀과의 인연은 멀어졌다. 2012년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수비 불안정으로 2-2 무승부에 빌미를 주기도 했다. 2013년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이후 꾸준히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본선 무대 엔트리 입성을 노리고 있다.

[SURVIVAL MISSION] 과감함이 살 길이다

측면 공격수들이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최전방 공격수에 비해서 득점력은 떨어질 지 몰라도 빠른 발과 기술을 바탕으로 상대를 무너트리는데 있어 측면 공격수들의 역할을 커질 수밖에 없다.

고요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서울이 자랑하는 데얀과 몰리나의 데몰리션 콤비가 위력을 떨친 것도 오른쪽 측면에서 흔들어주는 고요한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해다. 그의 빠른 발과 민첩성, 기동력, 기술이 기대되는 이유다.

골 찬스가 생겼을 시 과감한 판단력으로 득점에 성공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전방 공격수가 막히면 측면 공격수들이 그 틈을 타 득점을 해야 승리가 더 가까워 질 수 있다. 고요한도 지난 2013년 결정적인 순간 한 방으로 팀을 여러 차례 구해준 저력을 선보인 바 있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찬스가 왔을 때 과감히 하는 것이 고요한의 살길이라 할 수 있다. 붙박이 이청용의 큰 약점이 슈팅을 지나치게 아끼는 점이다. 고요한이 이 점에서 과감성을 더해야 이청용과 다르게 새로운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CHEERS] "7년간 음지에서 노력한 선수" From FC서울 감독 최용수

고요한은 지난 2012년 9월 11일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불안 한 수비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2로 비겼지만, 2실점을 내주며 끌려 다녔던 경기였기에 팬들의 분노는 더욱 거셌다.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비난에 고요한은 자칫 헤어나오지 못할 슬럼프에 빠질 수 있었다.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은 서울의 최용수 감독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소속팀으로 복귀 후 바로 선발 출전 시키면서 고요한에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줬다. 또한 강한 믿음으로 고요한의 기를 살려놓았고, 결국 현대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최용수 감독은 “2004년 이후 7년 동안 음지에서 노력한 선수다. 생각도 빠르고 지능이 좋으며, 자기를 낮추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그 동안 겪었던 쓰디쓴 경험이 고요한을 더욱 스스로 강해지게 만들거라 생각한다”고 제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FACT FILE 고요한

생년월일: 1988년 3월 10일

소속팀: FC서울

신장: 170cm

몸무게: 65kg

포지션: 측면 공격수

선수경력: FC서울(2004년~)

대표경력: A매치 8경기

한재현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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