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풋볼=박윤서 기자(대전)] 장기 부상으로 인한 1년 8개월 만 국가대표 복귀, 그리고 653일 만의 득점. 조규성의 이야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볼리비아에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이재성의 A매치 100경기, 센추리 클럽 가입 기념식이 열렸고 캡틴 손흥민의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올해의 골’을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 등이 터졌다.
여러 가지 눈에 띄는 장면이 많았지만 단연코 조규성의 복귀골이 최고였다. 조규성은 교체 명단에서 시작했는데 후반전 교체로 들어가 후반 막바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문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왼발로 밀어 넣으면서 골망을 갈랐다.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가져가던 한국에 승리를 안겨주는 쐐기골이었다.

조규성의 득점이 더욱 의미가 깊은 이유는 분명하다. 조규성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후 유럽 진출까지 이뤄내면서 단숨에 대한민국 확실한 원톱이 됐다. 미트윌란에서의 첫 시즌도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2년 차에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왔다. 부상으로 인한 합병증까지 발생하면서 조규성은 그라운드와 멀어졌다.
미트윌란 2년 차를 조규성은 통으로 날렸다. 미트윌란이 조규성 복귀 이후 공개한 미니 다큐멘터리에서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조규성은 수술이 잘못되어 합병증이 발생했는데 당시를 회상하며 “난 하루종일 병원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언제 다시 뛸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근육도 다 빠지는 등 14kg이 빠졌다. 거의 뼈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정말 포기하고 누워있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크리스티안 바스 미트윌란 디렉터 또한 “한국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왔던 소년이었다. 이런 일을 겪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라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길고 길었던 인내의 시간을 견딘 조규성은 지난 8월 449일 만의 공식 경기 복귀전을 치렀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미트윌란은 조규성의 몸 상태를 예의주시하면서 교체로 짧은 시간만을 소화하게 했다. 그러면서 조규성은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 올렸고 이제는 소속팀에서 선발 출전하기도 한다.
조규성이 없는 사이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는 오현규, 주민규, 오세훈 등이 번갈아 나섰다. 조규성이 복귀하자 자연스레 대표팀 복귀 이야기도 나왔고, 마침내 조규성은 1년 8개월 만에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조규성은 볼리비아전 출전해 감격적인 복귀골까지 가동했다. 조규성의 마지막 대표팀 득점은 지난해 1월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 헤더 골이었다. 무려 653일 만이었다.
조규성은 볼리비아전을 치르고 믹스트존에서 "날카로움은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소속팀에서 계속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솔직히 부상 전 100%라고 굳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멘털적인 부분은 확실히 강해진 것 같다. 경기도 들어가기 전부터 긴장보다는 재밌었다. 지금 상황이 즐겁고,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즐겼던 것 같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