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대한민국 최고의 유망주 이강인이 발렌시아와 10년 동행을 마무리했다. 기쁜 일도 많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유독 슬픈 기억이 많았고, 이제 마요르카라는 새로운 팀에서 비상을 꿈구고 있다.

레알 마요르카는 30(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과 4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발표했다. 이로써 이미 유스 포함 10년을 함께 한 발렌시아와 작별한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 U-20 월드컵 골든볼 위너를 외면한 발렌시아, 눈물 흘린 이강인

발렌시아 유스 출신인 이강인은 특급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발렌시아 유스 시스템을 거치면서 보석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10대에 1군 무대 데뷔하며 탁월한 기량을 뽐냈다. 정확한 패스, 탈압박, 빌드업 등 다양한 면에서 특출한 모습을 보였고, 발렌시아에서 제2의 다비드 실바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

세계적으로도 주목하는 신성이었다. 특히 2019U-20 월드컵에서 준우승과 함께 골든볼을 차지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골든보이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2020-21시즌은 잔인한 시간을 보냈다. 이강인은 하비 그라시아 감독 체제에서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선발로 나섰을 때도 가장 먼저 교체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나올 때마다 창의성을 발휘하며 발렌시아의 공격을 이끈 이강인이지만 기회를 받지 못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결국 이강인은 발렌시아와 재계약을 거부하며 거취를 고심했고,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은 발렌시아를 위해 셀온 조항까지 삽입하려고 했지만 발렌시아는 이를 거부하며 새로운 브라질 공격수를 영입하며 이강인과 계약을 해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렌시아의 유소년 육성 정책에 대한 비난이 발생했다. 스페인 '풋볼에스파냐'"메리튼 홀딩스가 발렌시아의 대주주가 된 뒤 추진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유소년 아카데미 시스템에서 자란 유망주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매체는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미래였다. 현재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과거일 뿐이다. 잠재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 받는 이강인은 21살이 되기 전에 버림을 받았다. 발렌시아의 보드진들은 그들이 내린 결정을 고수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일침을 날렸다.

스페인 '노티시아스데나바라' 역시 "이강인이 떠나게 되면서 발렌시아의 유소년 육성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메리튼은 최근 몇 년 동안 발렌시아에서 최고의 유망주들을 키우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고 발렌시아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이강인의 선택은 마요르카, 이유는?

이강인의 선택은 마요르카였다. 마요르카는 마요르카 섬을 연고지로 한 구단으로 1916년에 창단됐다. 주로 하부리그를 전전하던 팀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라리가에 올라 돌풍을 일으키며 이름을 날렸다. 중위권 터줏대감에 머물렀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탔다.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며 혼란 시기를 보내다 지난 시즌 스페인 2부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며 다시 라리가에 돌아왔다.

발렌시아와 비교했을 때 클럽 위상이 조금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이강인은 팀의 명성보다 출전 기회가 더 간절했다. 이제 20세를 넘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팀이었고, 꾸준하게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마요르카는 이강인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했다. 우선 4년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이강인의 잠재력을 인정했고, 꾸준한 출전 기회까지 약속했다. 특히 마요르카의 루이스 가르시아 플라자 감독은 이강인을 설득하며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뛰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실제로 4-3-3이 아닌 이강인을 활용할 수 있는 4-2-3-1로 포메이션까지 변경했다.

# 한국 최고의 유망주와 일본 최고의 유망주가 만났다!

이강인이 활약하게 된 마요르카에는 현재 일본 최고의 신성 쿠보 다케후사가 뛰고 있다. 쿠보는 이강인과 동갑(2001년생)으로 일본 내에서 최고 유망주로 불리는 유망주다. 이강인의 한국 내 입지와 같은 셈이다.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뛰다 FC도쿄로 이적한 뒤 2019년 레알 마드리드 유스로 오며 스페인 복귀에 성공했다. 하지만 레알 1군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했고 임대를 전전했다.

마요르카에선 2019-20시즌 임대 생활을 보냈다. 당시 에이스 역할을 하며 리그 35경기에 나서 45도움을 올렸다. 비야레알, 헤타페 임대도 다녀왔지만 마요르카 때만큼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레알로 왔지만 자리는 없었고 좋은 기억이 있는 마요르카 재임대를 택했다. 현재 마요르카가 치른 모든 경기에 출전하며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현재 마요르카는 21무를 기록하며 6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강인과 쿠보 역할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비슷하다. 경쟁이 예상되지만 공존도 가능하다. 이강인이 2선 중앙이 익숙한 선수라면 쿠보는 좀 더 우측면에 빠져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 루이스 가르시아 감독 성향을 볼 때 두 선수를 동시 기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는 이강인과 쿠보가 마요르카에서 어떤 호흡을 보일지 벌써부터 한국, 일본, 그리고 스페인 내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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