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풋볼] 오종헌 기자 = 잉글랜드 무대에서 '코리안더비'가 펼쳐졌다. 오랜만에 국내 축구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토트넘 훗스퍼와 울버햄튼은 23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3라운드를 치렀다. 경기 결과는 토트넘의 승리. 승부차기 접전 끝에 울버햄튼을 제압하고 16강에 진출했다.
선제골은 토트넘의 몫이었다. 전반 14분 은돔벨레가 스킵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곧바로 토트넘의 추가골이 터졌다. 전반 23분 알리의 패스를 받은 케인이 일대일 상황에서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울버햄튼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서 덴동커가 헤더로 득점을 올렸다.
울버햄튼은 후반 13분 포덴스의 골로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이에 토트넘은 곧바로 로 셀소를 대신해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은 교체 투입 후 활발한 몸놀림을 선보였지만 황희찬의 울버햄튼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양 팀의 경기는 득점 없이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울버햄튼의 1번 키커는 황희찬이었다. 황희찬의 슈팅은 골리니 골키퍼의 손에 맞고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어 토트넘의 첫 번째 키커 케인의 슛도 골망을 갈랐다. 양 팀의 2번 키커가 모두 성공한 가운데 울버햄튼의 3번째 키커 네베스가 실축했다. 반면 토트넘은 힐이 득점을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았다.
울버햄튼의 4번 키커 덴돈커가 실축했다. 호이비에르가 넣으면 토트넘이 승리하는 상황. 하지만 호이비에르도 실축하고 말았다. 마지막 키커만을 남겨둔 가운데 울버햄튼의 5번째 키커 코디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면서 승부차기 최종 스코어 3-2로 토트넘이 승리했다.

# 황희찬 선발 출전-손흥민 교체 투입...'코리안 더비 성사!'
이날 30분 가량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우선 손흥민은 벤치에 앉았다. 대신 해리 케인, 브라이언 힐, 델리 알리, 지오반니 로 셀소가 공격진을 구성했다. 올여름 울버햄튼으로 임대 이적한 황희찬은 첫 선발 기회를 얻었다. 황희찬은 파비오 실바, 다니엘 포덴스와 3톱으로 출전했다.
팀 승리로 웃은 쪽은 손흥민이었다. 하지만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다. 두 선수는 나란히 현지 매체의 호평을 받았다. 먼저 손흥민은 영국 '풋볼런던'이 평점 7점을 매기며 "후반전에 들어와 케인에게 환상적인 크로스를 올려주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황희찬 역시 선발 데뷔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며 브루조 라즈 감독의 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버밍엄메일'은 황희찬을 향해 "100% 노력을 모두 쏟아냈다. 덴동커의 골의 발판이 된 코너킥을 이끌어냈고 산체스에게 잠시도 틈을 주지 않았다"며 평점 7점을 줬다.
# 팬들이 보고 싶었던 장면...두 선수의 따뜻한 포옹
경기 후 SNS 상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이 포옹을 나누는 장면이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두 선수는 포옹을 하고 유니폼을 교환했다. 토트넘 공식 SNS도 손흥민, 황희찬의 투 샷을 올렸다. 이를 본 팬들은 두 선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어느 한 팬은 "이들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자부심이다"며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손흥민은 24일 자신의 SNS에 황희찬과 포옹하고 있는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축구공, 태극기, 하트 이모티콘을 올리며 '코리안 더비'를 펼친 황희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황희찬 역시 2일 "늦은 시간까지 응원을 보내주셔서 저도, 흥민히형도 더 특별하고 멋진 경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제 두 선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딱 한 경기다. 이미 토트넘과 울버햄튼은 2라운드에서 만났다. 당시에는 황희찬이 울버햄튼으로 임대 이적하기 전이었다. 다음 경기는 2월 13일 오전 0시(한국시간)에 열릴 예정이다.
# 박지성+이영표가 맞잡은 손...그리고 이청용, 기성용까지
정말 오랜만에 잉글랜드 무대에서 펼쳐진 '코리안 더비'였다. EPL에서 가장 먼저 봤던 코리안 더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과 토트넘으로 이적했던 이영표의 맞대결이었다. 두 선수 모두 2005년 PSV아인트호벤을 떠났고 이영표가 2008년 도르트문트로 이적하기 전까지 함께 잉글랜드 무대를 누볐다.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진도 만들어냈다. 2005-06시즌 EPL 35라운드 맨유와 토트넘의 경기에서 박지성이 이영표의 공을 빼앗은 뒤 웨인 루니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이후 박지성이 이영표의 뒤로 조용히 다가가 손을 맞잡은 사진이 포착됐고,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기성용, 이청용, 김보경 등 여러 선수들이 EPL을 거쳐갔고, 수 차례 맞대결이 펼쳐졌다. 경기 전부터 항상 관심을 모았던 '코리안 더비'. 황희찬이 완전 이적하지 않는다면 올 시즌을 끝으로 잉글랜드 무대를 떠나야 한다. 하지만 무대는 상관없다.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는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