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골키퍼는 이제 더 이상 기피 포지션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축구에 있어서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우리는 골키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터풋볼'이 준비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초의 무실점 경기 골키퍼이자, 골키퍼의 스타플레이어 시대를 열었던 '레전드' 최인영이 차원이 다른 축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주]

요즘 세계 축구계 최고 화제의 인물은 단연 손흥민 선수다. 그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진출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구단 가치를 높이고 유니폼 판매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MLS리그 전체의 수준을 격상시키고 모든 구단의 관중 수를 끌어올리는, 실로 엄청난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상상에 어렵지 않게 도달한다. 손흥민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무게감이 그 정도다.

하지만 내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경기장에서 손흥민 선수가 터뜨리는 환상적인 프리킥 골이나 발군인 왼발 감아 차기 슈팅이다. 수많은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이 그의 양발 능력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오른발 슈팅과 왼발 슈팅이 거의 똑같이 강하고 정확할 수 있을까.

예전에 내가 선수 생활할 때,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신 손웅정 감독과 한 팀에서 뛴 적이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손흥민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력 훈련보다는 기술 훈련 위주의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소화했다는 점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특히, 가장 많이 반복했던 훈련이 바로 정확성 있는 인사이드 슈팅과 양발을 활용한 슈팅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몸에 익숙해진 기술들은 선수 생활하는 동안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실력을 빛내며 매우 유익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핵심은 이거다. 골을 넣는 기술이나 현란한 드리블 같은 고난도 기술들은 어릴 때 일찍 습득할수록 더욱 확실하고 정확하게 몸에 배어, 은퇴할 때까지도 최고의 기량을 경기장에서 꾸준히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전북 현대에서 이동국 선수와 함께했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이동국 선수가 포철공고 시절, 하루에 한 시간씩 크로스에 이은 발리슛을 비롯해 슈팅 중점 훈련에 매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결과는 놀랍다. 프로 축구 675경기에 출전해 267골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고,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동국 선수는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독일과 영국에서도 선수 생활했으니 기록에 나타난 골보다 훨씬 더 많은 골을 넣었을 텐데, 이 압도적인 득점력은 결국 고교 시절부터 이어진 집중적인 '골 넣는 훈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축구를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선수가 되고,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는 법은 없다. 뒤늦게 축구에 입문했더라도, 어느 한 분야에만 집중적인 훈련을 거듭하여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고, 거기에 선수 경험을 더해 나머지 단점들을 충분히 메워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유소년기나 청소년기에 기술을 습득하는 '조기 훈련'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기술 습득이 빠르고 효율적이기에,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집중력을 가지고 열심히 하느냐, 그리고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최인영(1994년 미국 월드컵 국가대표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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